대학교양수업에서 유전자조작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애용을 배우다가 이 영화를 잠깐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계속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오늘 다 봤다.
사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주인공 빈센트(에단호크)가 동생과 늘 해오던 수영대결에서 처음으로 이긴 것이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완벽하게 태어난 동생과는 달리 자연출산으로 태어난 빈센트는 온갖 질병을 갖고 살아왔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의 은근한 멸시 속에서 열등감에 시달렸던 빈센트는 한 번도 동생을 이겨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동생을 이겼을때 동생이 생각보다 그렇게 강한것이 아니었으며, 자신이 생각보다 그렇게 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 이후로, 자신의 꿈인 우주비행사가 되는것을 포기하지 않기위해, 자신의 유전자 증명서를 다른 완벽한 사람(주드로)과 바꿔치기하며 자신의 원래 신분을 버리고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간다.
이 영화에서는 주드로의 리즈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매력적으로 나오기도 하고, 주드로의 캐릭터가 너무 안쓰러워서 계속 마음이 간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4가지 장면이 정말 뭉클+울컥 했는데, 첫번째가 위에서 말한 수영대결이고 두번째가 주드로의 대사였다. "나는(주드로) 네게(에단호크) 내 몸을 빌려줬지만, 너는 내게 꿈을 빌려줬어". 라는 대사였는데, 주인공인 빈센트의 신분세탁을 몰래 도와주며 어떠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이 안쓰럽고 대견했다. 마지막은 너무 슬프긴 했지만..ㅠ
세번째가 가타카에 근무하는 연구원? 그 분이 주인공인 빈센트의 신분세탁을 알면서도 몰래 눈감아 준 것! 영화 초반에 그 분이 자기 아들 이야기를 넌지시 이야기한 것이 약간의 복선같다고 느꼈었는데 결국 마지막에 큰 감동을 주었다. 부적격자임이 드러날까봐 조마조마 했었는데, 빈센트의 비밀을 알면서도 "내 아들도 자연출생자(부적격자)인데, 너처럼 우주에 나가고 싶어한다"며 위기의 순간에 그를 도와준 것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애초에 그의 비밀을 알고 있었으면서 빈센트가 평생을 부적격자로서 어떻게 살아왔을지, 그리고 여기 도달하기까지 어떤 어려움을 겪어왔을지를 알기에 그를 그렇게 보내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우주로 떠나는 빈센트의 독백이었다. 지구에서 행복하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부적격자로서 엄청난 차별과 힘듦을 겪어왔음)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을 왜일까. 이런 말을 하면서 우주는 다양한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간도 또한 우주와 같은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주로 간다는 것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일지 모른다...이런 느낌의 독백 이었다. 굉장히 뭉클하면서도 인간의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한 사색에 잠기게 해주는 말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온 빈센트가 결국 마지막에 자신의 꿈을 이루고 우주로 떠나면서 몹시 차분하게 읊조리는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이 영화속에서 그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던 성실함과 희망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만약 그 또한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모든것을 다 갖고 태어난 아기였다면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던 그의 말 속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큰 자부심이 엿보였다. 우주비행사가 될 수 없는 부적격자(자연출생자)였던 자신을 혐오했지만, 빈센트는 (중간에 불법을 저지르긴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평생 해왔던 끈질긴 노력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굉장히 사랑했던 것 같다.